우리 자원은 '인재'와 '열정'뿐
서울대보다 의대? 대한민국 인재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서울대 공대 신입생의 15%가 입학을 포기하고 의대를 선택한 사실은 단순한 개인의 진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이공계 기피 현상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서울대 위에 의대’라는 말은 더 이상 유머가 아니다. 초등학생 대상의 ‘의대반’이 성황리에 운영되는 상황은 미래 산업을 떠받칠 과학기술 인재의 씨앗이 자라기도 전에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의 목표가 개인의 생존과 안정만을 향할 때, 국가의 경쟁력은 위태로워진다. AI, 반도체, 로봇 등 미래 산업을 이끌어야 할 기술 인력의 이탈은 단순한 뇌 유출(brain drain)이 아니라 경제 성장의 근간을 흔드는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다.
유능할수록 떠난다… AI 인재 유출 OECD 최하위권
스탠퍼드대 AI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 유출입지수는 -0.36으로 OECD 38개국 중 35위에 머물렀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3.6명의 AI 전문가가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뛰어난 인재일수록 한국을 떠난다’는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반도체, AI,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은 인재 중심의 산업이다. 단 한 명의 슈퍼개인이 수십 명 몫을 해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탈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타격을 준다. 문제는 이탈뿐만 아니라, 해외 우수 인재의 유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영 열정도 식었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55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경영 관행 순위에서 한국은 69개국 중 55위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가정신, 리더십, 혁신 환경 등이 모두 후퇴했다는 의미다. 반기업 정서와 형사적 리스크, 규제 리스크가 기업인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청년들의 창업 의욕까지 꺾고 있다.
즉, 기업은 움츠러들고, 인재는 떠나며, 열정은 사라지는 ‘트리플 위기’가 대한민국 경제 전반을 흔들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대학 자율성과 노동 유연성의 부재
대학은 산업 수요에 맞춰 인재를 양성해야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경직된 학사제도로 인해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공 간 이동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융합교육이나 첨단기술 중심의 커리큘럼 개편은 지연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 일률적인 근로시간 제한은 고성과 인재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이다. 특히 기술 중심 인재에게는 결과 중심의 유연한 근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실용적 개혁 없이는 미래 없다: 인재를 위한 구조 전환 절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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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율성 강화: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자율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하고, 전공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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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기반 임금체계: 핵심 인재가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공서열 대신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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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유연화: 고급 기술 인력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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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재 유치: 세제 혜택,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통해 글로벌 우수 인재를 유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한강의 기적’을 꿈꾸려면
한국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사람’이라는 자산에 달려 있다. 인재의 이탈과 열정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실용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기술패권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 열쇠는 결국 ‘인재’다. 그리고 그 인재를 지키고 키워내는 ‘시스템’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기적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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