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중동 종전 MOU' 전격 거부… 한은 금리 인상 예고 속 '역대급 빚투' 경고 "
협상 테이블 앞에서 돌아선 트럼프 — 이란 종전 MOU 불승인, 한은 금리 인상 신호, 36조 빚투의 삼각 압박
서명 직전이었다.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잠정 합의한 종전 MOU, 남은 절차는 트럼프의 서명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 회의는 아무 발표 없이 끝났고, 다음 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합의안에 퇴짜를 놓고 수정 조건을 이란에 재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바로 그 순간, 국내 금융 시장은 이미 다른 불씨를 품고 있었다.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상 예고, 그리고 36조 원을 넘어선 역대급 신용거래 잔액. 세 가지 불확실성이 동시에 교차하는 지점에 한국 투자 시장이 놓였다.
종전 MOU 초안에 담긴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60일 연장,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 그리고 연장된 휴전 기간 중 이란 비핵화 협상 개시. 여기에 대이란 제재 완화와 동결자산 해제 논의까지 포함됐다.
트럼프는 이란 동결자산 해제 조항에 지속적인 우려를 표해왔다. 2018년 오바마 행정부의 JCPOA(이란 핵 합의)를 "미국이 지나치게 많이 양보했다"며 탈퇴한 전례가 있다. 이번 불승인은 같은 맥락이다 — 조건을 더 유리하게 뒤집지 않으면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협상 전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종전 협상 결렬 시 군사 개입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오만만에서 이란 항구로 향하던 상선에 미사일이 발사됐다. 평화 협상 테이블과 군사 행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란 측 반응도 강경하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고문들은 "협상이 신뢰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란은 미국의 수정안을 검토한 뒤 자국 수정안을 재제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의 간극이 좁혀질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은 5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8회 연속 동결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취임 직후 중동 분쟁이 "공급 충격을 일으켜 인플레이션과 성장 경로를 동시에 교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이를 연내 금리 인상의 공식 예고로 해석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3월(2.2%)보다 빠르게 올랐다.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한은은 올해 물가 전망을 기존 2.2%에서 2.7%로 상향했다. 중동 분쟁발 유가 급등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가운데, 코스피 랠리로 인한 자산 인플레이션 압력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주류 전망은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이다. 2.5%에서 3.0%로의 단계적 긴축. 한은의 금리 인상 시그널이 공개된 5월 28일 당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992%로 올랐고, 10년물은 4.147%에 도달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기준인 금융채 5년물 금리도 4.280%로 뛰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우려가 이미 시장 금리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인상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횟수가 추가될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함께 치솟았다. 지난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6조 2,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6,424억 원이 불어났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2조 6,496억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50억 원에 그쳤다. 신용대출 증가액이 주담대의 100배를 넘어선 셈이다. 2021년 4월 코스피 3,200선 돌파 당시 이후 5년 1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미래에셋증권은 KODEX 반도체 ETF 등 5개 종목에 대한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했다. NH투자증권은 신용융자 잔액 10억 원 초과 계좌의 신규 매수를 제한했다.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문제는 지정학 리스크와 금리 인상이 동시에 작동할 때다. 이란 협상이 재차 결렬되어 유가가 치솟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고,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그 순간 신용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실행되는 구조다. 지금의 빚투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다.
이란 협상의 다음 분기점은 이란이 수정안을 제시하는 시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조건을 강화한 이상 협상 기간이 상당 기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상 긴장은 유가 변동성으로 직결된다.
한은의 금리 인상 여부는 7월 1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첫 번째 갈림길이다. 물가가 2.7% 이상을 유지하고 자산 시장의 과열이 지속된다면, 인상 가능성이 동결보다 높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다.
반면 코스피 랠리 자체는 기업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2021년 유동성 장세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빚을 끼고 올라탄 투자자들에게는 '실적 장세'와 '신용 담보 유지' 사이의 균형이 지금 이 순간 핵심 변수다.
지금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버틸 수 있는 코스피 하단은 어디인가. 신용 담보 비율이 위협받는 구간은 현재 주가에서 얼마나 아래인가. 중동 협상 테이블이 다시 뒤집히고, 한은이 7월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는 순간 — 그 시나리오를 미리 시뮬레이션해본 투자자와 그러지 않은 투자자의 결과는 역사적으로 항상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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